오랫동안 국산차만 타왔던 저는, 마흔을 넘기면서 ‘나를 위한 선물’로 첫 수입차를 구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저는 뛰어난 정숙성과 잔고장 없기로 유명한 ‘렉서스’를 저의 첫 번째 드림카로 점찍었죠. 설레는 마음으로 가까운 렉서스 전시장을 찾았던 그날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번쩍이는 차들 사이에서, 딜러 분은 저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고객님, 세단을 원하시면 ES나 LS가 있고, SUV는 UX, NX, RX가 있습니다. ES 300h의 경우 럭셔리, 럭셔리 플러스, 이그제큐티브 트림이 있고요, 좀 더 스포티한 걸 원하시면 F SPORT 모델도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마치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ES가 뭔지, RX는 또 뭔지, 그리고 럭셔리와 이그제큐티브는 대체 뭐가 다른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렉서스를 사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이 복잡하게 얽힌 렉서스 등급의 암호를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수많은 카탈로그와 리뷰를 파고들며 공부했던 렉서스 등급 체계는, 처음에는 복잡했지만 알면 알수록 각 모델의 성격과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합리적인 지도였습니다.
오늘은 그때의 제가 겪었던 막막함을 바탕으로, 저처럼 렉서스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이 더 이상 ‘알파벳 수수께끼’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제가 직접 공부하고 정리한 렉서스의 모든 모델과 등급 체계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렉서스의 이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ES 300h와 같은 복잡한 모델명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숨어있었습니다.
앞의 두 알파벳: 차의 종류와 크기
- LS, ES, IS: 세단 라인업을 의미합니다. L은 Luxury(대형), E는 Executive(중형), I는 Intelligent(준중형)를 상징합니다.
- RX, NX, UX: SUV 라인업을 의미합니다. R은 Radiant(준대형), N은 Nimble(중형), U는 Urban(소형)을 뜻합니다.
뒤의 세 자리 숫자: 엔진 배기량 (혹은 그에 준하는 성능)
- 300, 350, 500: 과거에는 실제 배기량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하이브리드나 터보 엔진의 성능을 동급의 자연흡기 엔진 배기량으로 환산한 수치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ES 300h는 2,500cc 엔진이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3,000cc급의 성능을 낸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알파벳: 파워트레인(엔진)의 종류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h’가 붙으면 하이브리드, ‘t’가 붙으면 가솔린 터보, ‘f’가 붙으면 고성능 가솔린 모델을 의미합니다.
렉서스 파워트레인(엔진) 약어 완벽 정리 (h, f, t 등)
약어 | 의미 | 주요 특징 | 대표 모델 |
h | Hybrid (하이브리드) |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여, 압도적인 연비와 정숙성을 자랑. 렉서스의 상징. | ES 300h, RX 450h+ |
f | Fuji Speedway (고성능 가솔린) | 일본의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유래. 강력한 성능과 스포티한 주행 감각에 초점. | IS 500 F SPORT |
t (또는 숫자만) | Turbo (가솔린 터보) |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 | NX 350 |
e | Electric (순수 전기) | 100% 전기로만 구동되는 친환경 모델. | UX 300e, RZ 450e |
저는 이 규칙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렉서스의 라인업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조용하고 연비 좋은 중형 세단’이었으므로, 저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ES 300h’로 좁혀졌습니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렉서스 세단 vs. SUV
렉서스는 크게 세단과 SUV, 두 개의 큰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렉서스 주요 세단 라인업 비교 (IS vs ES vs LS)
모델명 | 차급 | 주요 특징 | 제가 느낀 타겟 고객 |
IS | 준중형 스포츠 세단 | 후륜구동 기반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 날렵한 디자인. | 운전의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 층, 1~2인 가구. |
ES | 전륜구동 중형 세단 | 렉서스의 상징. 압도적인 정숙성과 편안한 승차감, 넓은 실내 공간. | 패밀리 세단을 원하는 30~50대, 편안한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 |
LS | 후륜/사륜구동 대형 플래그십 세단 | 렉서스의 모든 기술력과 장인정신이 집약된 최고급 모델. | 쇼퍼 드리븐(기사를 두고 타는 차) 또는 최고의 가치를 원하는 CEO. |
렉서스 주요 SUV 라인업 비교 (UX vs NX vs RX)
모델명 | 차급 | 주요 특징 | 제가 느낀 타겟 고객 |
UX | 소형 SUV | 감각적인 디자인과 민첩한 주행 성능, 뛰어난 도심 연비. | 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층, 주로 도심에서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 |
NX | 중형 SUV | ES와 함께 렉서스의 판매량을 이끄는 볼륨 모델.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다양한 파워트레인. | 트렌디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원하는 30~40대 가족. |
RX | 준대형 SUV | 렉서스 SUV의 원조.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넓은 공간, 뛰어난 신뢰성. | 안정적이고 편안한 대형 SUV를 원하는 40~60대, 레저 활동을 즐기는 가족. |
저는 운전의 재미보다는,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편안하고 조용한 차를 원했기 때문에, 세단 라인업,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검증된 모델인 ‘ES’를 최종 목표로 삼았습니다.
같은 차, 다른 가격: 트림(등급)의 세계
ES 300h로 모델을 결정했지만, 저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ES 300h 안에도 ‘럭셔리’, ‘럭셔리 플러스’, ‘이그제큐티브’라는 세 가지의 등급(트림)이 존재했고, 각각의 가격과 옵션이 모두 달랐기 때문입니다.
ES 300h 주요 트림(등급) 옵션 상세 비교 (럭셔리 vs 럭셔리+ vs 이그제큐티브)
주요 옵션 | 럭셔리 (기본형) | 럭셔리 플러스 | 이그제큐티브 (최고급형) |
오디오 시스템 | 렉서스 프리미엄 사운드 (10 스피커) |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17 스피커) |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17 스피커) |
시트 재질 | 천연 가죽 | 프리미엄 천연 가죽 | 최고급 세미 아닐린 가죽 |
뒷좌석 편의 기능 | 열선 시트 | 열선 시트 | 전동 리클라이닝, 통풍 시트, 암레스트 컨트롤 패널 |
휠 디자인 | 18인치 기본 휠 | 18인치 기본 휠 | 18인치 노이즈 저감 휠 |
제가 느낀 핵심 차이 | 기본형이지만, 통풍시트, 선루프 등 필수 옵션은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 약 400만 원 차이로 오디오와 가죽 품질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 뒷좌석에 VIP를 모실 것이 아니라면, 과한 옵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는 이 표를 보고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나에게 마크 레빈슨 오디오는 포기할 수 없는 옵션인가?’, ‘뒷좌석에 주로 아이들이 타는데,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이 과연 필요한가?’ 이처럼, 각 트림의 옵션 차이를 꼼꼼하게 비교하고, 나의 실제 운전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에 정말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저는, 가장 기본형인 ‘럭셔리’ 트림만으로도 제가 원하는 대부분의 편의 기능을 누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수백만 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선택지, F SPORT
만약 저처럼 편안함보다는,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주행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F SPORT’ 등급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일반 모델 vs. F SPORT 모델 차이점 (디자인과 성능)
구분 | 일반 모델 (럭셔리, 이그제큐티브) | F SPORT 모델 |
외관 디자인 | 세로형 그릴, 차분한 디자인의 휠 | 메쉬 타입 스핀들 그릴, 공격적인 디자인의 휠, 전용 엠블럼 |
실내 디자인 | 우드 트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 스포츠 시트, 알루미늄 트림, F SPORT 전용 계기판 및 스티어링 휠 |
주행 성능 |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에 초점 | 전자 제어 가변 서스펜션(AVS), 스포츠 주행 모드 추가로 더 단단하고 민첩한 주행감 |
렉서스 등급 관련 자주 묻는 질문(Q&A)
제가 렉서스를 구매하기 전, 그리고 구매한 후에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입니다.
Q1. 렉서스는 일본 차인데, 수리비나 부품값이 많이 비싸고 오래 걸리지 않나요?
저 역시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걱정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보다는 저렴하지만, 국산차보다는 확실히 비싸다’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렉서스는 잔고장이 없기로 유명하여 기본적인 유지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한 판금, 도색이나 주요 부품을 교체해야 할 경우에는, 부품 수급에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국산차의 2~3배 이상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대비해, 자기부담금을 조금 높이더라도 자차 보험을 든든하게 가입해두었습니다.
Q2. ES 300h 하이브리드, 실제 연비는 어느 정도 나오나요? 정말 좋나요?
네, 제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입니다. 제 차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17.2km인데, 시내 주행이 많은 저의 주행 패턴상 실제 연비는 18~19km/L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속 구간이나 정체 구간에서는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연비 하락이 거의 없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전에 타던 국산 중형 세단의 시내 연비가 8~9km/L였던 것을 감안하면, 유류비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입니다.
Q3. 제가 원하는 옵션만 따로 추가할 수는 없나요? 예를 들어, 럭셔리 트림에 마크 레빈슨 오디오만 추가하고 싶어요.
안타깝게도, 국산차와 달리 렉서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입차는 ‘트림별 옵션’이 고정되어 있어, 개별적인 옵션 추가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마크 레빈슨 오디오를 원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상위 트림인 ‘럭셔리 플러스’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는 제조사가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옵션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옵션이 포함된 가장 낮은 트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 방법입니다.
복잡한 암호를 풀고, 드림카를 만나다
길고 길었던 고민과 공부의 시간 끝에, 저는 드디어 제 이름이 적힌 렉서스 ES 300h 럭셔리 모델의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딜러 분은 이것저것 많은 것을 물어보는 저를 귀찮아하기는커녕, ‘정말 꼼꼼하게 알아보고 오셨다’며 오히려 더 신뢰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었습니다.
렉서스 등급 체계는, 처음에는 저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복잡한 암호였습니다. 하지만 그 암호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은, 저의 막연했던 꿈을 가장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운 현실로 만들어주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수입차 전시장에서 주눅이 들어 있는 과거의 저와 같은 분이 계신가요? 부디 오늘 제가 알려드린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여러분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완벽한 차를 찾아내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