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짜리 주식이 1억 원? 비상장주식 증여세 폭탄

몇 년 전, 저는 제가 초기에 투자했던 한 비상장기업이 무섭게 성장하는 것을 보며 뿌듯함과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언젠가 이 회사가 상장하게 되면, 이 주식은 제 아이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내가 가진 이 성공의 과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와 나누고 싶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제가 가진 주식의 일부를 성인이 된 아들에게 미리 증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단순히 주주명부에 아들의 이름을 올리고, 증권 계좌로 주식을 이체하면 끝나는 간단한 절차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세무 상담을 받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마주한 비상장주식 증여세의 세계는,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주식의 가치 평가’라는 거대한 산부터 넘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100만 원에 샀던 그 주식의 현재 가치가 세법상의 복잡한 계산을 거치니 1억 원에 육박한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저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제가 내야 할 비상장주식 증여세가 수천만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때의 제가 겪었던,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세금 폭탄을 맞을 뻔했던 아찔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처럼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물려주고자 비상장주식 증여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직접 세무사와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며 알아낸 증여세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왜 ‘상속’이 아닌 ‘증여’를 선택했을까

많은 분들이 왜 굳이 복잡하게 증여를 하느냐고, 나중에 상속으로 물려주면 되지 않느냐고 묻곤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의 경우, ‘사전 증여’가 장기적으로 훨씬 더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금은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상속세와 증여세 모두, 재산의 ‘가치’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됩니다. 제가 가진 비상장주식처럼, 앞으로 가치가 계속해서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자산은, 가치가 더 낮을 때 미리 증여하여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나중에 가치가 최고점에 달했을 때 상속으로 물려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절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증여 vs. 상속: 비상장주식을 물려주는 두 가지 방법 비교

구분사전 증여 (Gifting)사후 상속 (Inheritance)
과세 시점증여 시점 (현재)사망 시점 (미래)
과세 기준 가치현재의 낮은 가치미래의 높아진 가치
장점– 주식 가치가 낮을 때 증여하여 절세 가능– 공제 한도가 증여보다 큼
– 원하는 시점에 재산을 이전할 수 있음– 한 번에 모든 재산을 이전 가능
단점– 공제 한도가 상속보다 작음– 주식 가치 상승분을 그대로 세금으로 내야 할 수 있음
제가 내린 결론당장의 세금 부담은 있더라도, 앞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것을 확신했기에,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미리 증여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만약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했다면, 굳이 미리 증여할 이유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표는 저의 가장 큰 고민의 흔적입니다. 사전 증여는 미래의 가치 상승분에 대한 세금을 미리 내지 않아도 된다는, 엄청난 ‘시간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회사의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만 유효한 방법입니다. 만약 증여 후 회사의 가치가 오히려 떨어진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미리 낸 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00만 원짜리 주식이 1억 원? 비상장주식 증여세 폭탄
100만 원짜리 주식이 1억 원? 비상장주식 증여세 폭탄

가장 큰 산, 내 주식의 가치는 얼마일까? (보충적 평가방법)

증여를 결심한 저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그래서 이 주식, 얼마짜리인데?’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장주식처럼 명확한 시장 가격이 없었기에, 저는 세법에서 정한 매우 복잡한 공식에 따라 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야만 했습니다.

비상장주식 가치평가의 핵심: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 요약

평가 요소핵심 개념가치 평가의 초점
1주당 순손익가치‘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잘 벌 것인가?’미래의 수익 창출 능력
1주당 순자산가치‘이 회사가 지금 당장 망하면 얼마를 건질 수 있는가?’현재의 자산 가치 (청산가치)

세법은 이 두 가지 가치를 특정한 비율로 가중평균하여, 1주당 최종적인 증여 가치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반영하려는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세법상 비상장주식 가치평가(보충적 평가방법) 간편 계산 예시

단계계산 과정가상 수치 대입 예시
1단계: 1주당 순손익가치 계산회사의 최근 3년간 주당 순이익을 가중평균하여 계산10,000원으로 계산되었다고 가정
2단계: 1주당 순자산가치 계산회사의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을 총 주식 수로 나누어 계산5,000원으로 계산되었다고 가정
3단계: 최종 가치 산정[(10,000원 × 3) + (5,000원 × 2)] ÷ 5(30,000원 + 10,000원) ÷ 5 = 8,000원

이 표는 제가 세무사님과 상담하며 이해했던 내용을 단순화한 것입니다. 실제 계산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한 세부 규정들을 따라야 했지만, 이 기본 틀을 이해하고 나니 제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이 계산의 근거가 되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보하는 것이었죠. 이처럼 비상장주식 증여세는 정확한 가치 평가에서부터 시작되며, 이 과정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 평가 과정은 일반인이 혼자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반드시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해야만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가산세 등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줄여주는 고마운 제도, 증여재산공제

주식 가치 평가가 끝나고, 예상보다 높은 평가액에 저는 또 한 번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법에는 증여받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일정 금액까지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증여재산공제’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증여재산공제 한도액 총정리 (누구에게, 얼마나 면제될까?)

증여받는 사람 (수증자)공제 한도액 (10년간 합산)
배우자6억 원
직계존속 (부모, 조부모 등)5천만 원 (수증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2천만 원)
직계비속 (자녀, 손자녀 등)5천만 원 (수증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2천만 원)
기타 친족 (형제자매, 며느리, 사위 등)1천만 원

저는 성인이 된 아들에게 증여하는 것이었으므로, 10년간 최대 5천만 원까지는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었습니다. 즉, 제가 증여하려는 주식의 평가액이 1억 원이라면, 1억 원 전체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5천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5천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공제 제도는 저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증여세 신고,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계산을 마친 저는, 이제 정해진 기한 내에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비상장주식 증여세 신고 시 필요 서류 체크리스트

서류 종류발급처 / 준비 방법제가 준비하며 느낀 팁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서국세청 홈택스 또는 세무서 비치항목이 매우 복잡하여,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것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증여재산 및 평가명세서세무대리인 작성주식 가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상세한 내역을 기재하는 가장 핵심적인 서류입니다.
증여자와 수증자의 가족관계증명서주민센터증여재산공제를 받기 위해 관계를 증명하는 필수 서류입니다.
증여계약서 사본직접 작성 또는 세무대리인 작성언제, 어떤 주식을 증여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됩니다.
비상장주식 관련 서류해당 회사, 세무대리인주주명부, 법인 등기부등본, 최근 3년간 재무제표 등 가치 평가의 근거가 되는 서류 일체.

이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속세와 마찬가지로 비상장주식의 증여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매우 전문적이고 방대했습니다. 특히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법에 맞는 평가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은 일반인이 혼자 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저는 결국 세무사님의 도움을 받아 모든 서류를 준비했습니다.

증여세 신고 절차 한눈에 보기 (홈택스 기준)

절차 단계수행 주체상세 내용 및 제가 알아본 주의사항
1단계: 주식 가치 평가증여자 (나) 또는 세무대리인증여일 기준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복잡한 평가방법을 통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이는 전문가의 도움이 거의 필수적이었습니다.
2단계: 증여 계약서 작성증여자(나)와 수증자(자녀)누가, 언제, 어떤 주식을, 얼마에 증여했는지를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3단계: 증여세 신고 및 납부수증자 (자녀)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수증자(자녀)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합니다.
4단계: 명의개서 신청증여자(나)와 수증자(자녀)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연락하여, 주주명부상의 주주 이름을 제 이름에서 자녀의 이름으로 변경하는 ‘명의개서’를 요청해야 합니다.

비상장주식 증여세 관련 자주 묻는 질문(Q&A)

제가 증여세를 준비하며, 세무사님께 가장 많이 여쭤봤던 질문들입니다.

Q1. 주식 가치 평가를 일부러 낮게 해서 증여세를 적게 내면 안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이는 명백한 탈세 행위이며, 나중에 국세청의 조사에 의해 적발될 경우, 원래 내야 할 세금은 물론이고 어마어마한 가산세까지 추징당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은 비상장주식 평가에 대한 매우 정교한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하여 신고하면 바로 이상 징후로 포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상장주식 증여세를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편법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인 공제와 절세 전략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Q2. 증여세를 신고하고 냈는데, 나중에 회사가 망하면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안타깝게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증여세는 ‘증여 당시’의 재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증여가 완료된 이후에 해당 재산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소멸하더라도 이미 납부한 증여세를 환급해주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상장주식 증여가 가진 가장 큰 위험성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증여를 결정하기 전에는,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만 합니다.

Q3.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여러 해에 걸쳐 주식을 조금씩 나누어 증여하는 ‘분할 증여’는 어떤가요?

매우 효과적인 절세 전략 중 하나입니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의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10년이라는 기간을 활용하여 여러 번에 걸쳐 공제 한도 내에서 나누어 증여하면, 한 번에 큰 금액을 증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인 자녀에게 1억 원을 증여할 때, 한 번에 증여하면 5천만 원 공제 후 나머지 5천만 원에 대해 10%인 5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5천만 원씩 두 번 나누어 증여한다면, 두 번 모두 공제 한도 내에 있어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 ‘절세 계획’

복잡했던 증여세 신고를 모두 마치고, 아들의 증권 계좌에 제가 선물한 주식이 무사히 입고된 것을 확인했을 때, 저는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은 저에게 세금의 무서움과 동시에,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비상장주식 증여세는 단순히 돈을 내는 행위가 아닙니다. 나의 소중한 자산을 다음 세대에게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물려주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지적인 과정입니다. 부디 오늘 제가 공유해 드린 경험담이, 여러분이 자녀의 미래를 위한 따뜻한 선물을 준비하는 데 있어, 세금이라는 차가운 현실의 벽을 지혜롭게 넘어설 수 있는 작은 다리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