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희 어머니께서 무릎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의 일입니다. 건강보험이 있으니 병원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는데, 막상 퇴원하며 받아 든 진료비 영수증의 최종 금액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죠. 영수증에 적힌 ‘급여’, ‘비급여’, ‘본인부담금’ 같은 낯선 단어들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분명 나라도, 병원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나는 이렇게 큰돈을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 저처럼 병원비 고지서를 받아 들고 당황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그 모든 혼란의 원인은 바로, 우리가 ‘급여’와 ‘비급여’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두 가지만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도 병원비가 왜 이렇게 책정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길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부딪히며 공부한, 알쏭달쏭한 건강보험 급여 비급여 차이에 대한 모든 것을, 여러분의 입장에서 속 시원하게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내 병원비의 두 얼굴, 급여와 비급여
우리가 병원에서 내는 진료비는 크게 두 가지, ‘급여’와 ‘비급여’로 나뉩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 입니다.
1. 급여 (건강보험 혜택 적용 O)
‘급여’는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 행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항목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가 바로 이 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죠.
하지만 공단이 병원비 전액을 내주는 것은 아닙니다. 급여 항목 총 진료비 중, 공단이 부담하는 ‘공단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우리가 직접 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영수증에 적힌 ‘본인부담금’입니다. 이 본인부담금의 비율은 병원의 종류(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 등)나 입원/외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2. 비급여 (건강보험 혜택 적용 X)
‘비급여’는 건강보험 혜택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 전액(100%)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항목들을 말합니다. 이 비급여 진료비는 정부가 아니라 각 병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은 시술이라도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경우가, 바로 이 비급여 항목의 비용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구분 | 급여 (健康保險 給與) | 비급여 (非給與) |
의미 |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필수 의료 항목 |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선택적 의료 항목 |
비용 부담 | 공단 + 환자 (본인부담금) | 환자 100% 부담 |
가격 결정 | 정부 (보건복지부)가 정한 기준 가격 | 의료기관 (병원)이 자율적으로 결정 |
대표적인 예시 | 진찰, 입원, 검사, 수술, 약제 등 필수 치료 | 상급병실료, 간병비, 최신 로봇 수술, 예방접종, 영양주사, 도수치료 |
이 표를 보시면 급여와 비급여의 핵심적인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내는 병원비는 결국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 + (비급여 항목의 총액) 으로 구성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병원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급여, 왜 이렇게 종류가 많고 복잡할까요?
“그러면 모든 치료를 급여 항목으로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비급여 항목이 존재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선택적 성격의 의료 서비스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에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편의 서비스나, 미용 목적의 시술 등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1인실이나 2인실 같은 ‘상급병실’ 이용료, 환자의 선택에 따라 제공되는 ‘선택진료비'(현재 폐지), 그리고 미용 목적의 피부 관리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 최신 의료기술 및 신약
의학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의료 기술이나 신약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바로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안정성과 효과성, 그리고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아직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은 최신 로봇 수술이나, 신개발 항암제 등은 비급여 항목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
비급여 항목은 법적으로 정해진 ‘법정비급여’와, 병원이 임의로 만들어내는 ‘임의비급여’로 나뉘기도 합니다. 법정비급여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합법적인 비급여 항목이지만, 임의비급여는 병원이 근거 없이 환자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합니다.
비급여 종류 | 주요 내용 | 대표적인 예시 |
선택비급여 | 환자의 선택에 따라 이용하는 편의 서비스 | 상급병실료 차액, 간병비 |
제도비급여 | 최신 기술 등 아직 보험 적용이 안 된 항목 | 최신 로봇 수술비, 신개발 의약품 |
임의비급여 (불법) | 병원이 임의로 만들어낸 불법적인 비급여 | 근거 없는 각종 관리료, 검사료 등 |
병원비 폭탄 피하는 법, 비급여 진료비 확인하기
그렇다면 내가 받을 치료의 비급여 비용이 얼마인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행히도, 정부는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활용하기
가장 정확하고 공신력 있는 방법은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홈페이지나 ‘건강e음’이라는 모바일 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전국 모든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항목별로 비교하고 조회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제가 저희 어머니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알아볼 때, 이 서비스를 통해 A병원과 B병원의 비급여 항목인 ‘무통주사’와 ‘최신 인공관절 재료’의 가격이 수십만 원이나 차이 난다는 사실을 미리 확인하고 병원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확인 단계 | 확인 방법 | 세부 내용 | 경험상 조언 |
1단계 | 심평원 홈페이지 또는 ‘건강e음’ 앱 접속 | PC 또는 스마트폰으로 접속 | 앱을 설치해두시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단계 | ‘비급여 진료비 정보’ 메뉴 선택 | 병원별 비급여 정보 검색 | ‘병원 이름’ 또는 ‘지역’으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
3단계 | 내가 궁금한 비급여 항목 검색 | 예: ‘도수치료’, ‘상급병실료’, ‘MRI’ 등 | 병원마다 사용하는 의료 용어가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여러 키워드로 검색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4단계 | 병원별 가격 비교 및 확인 | 동일한 항목의 병원별 가격을 비교 |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면, 병원에 직접 전화해서 차이의 원인을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이 표에 정리된 순서대로 따라 해보시면, 내가 받을 진료의 비급여 비용을 미리 예측하고, 여러 병원의 가격을 비교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진료비 영수증, 제대로 읽는 방법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면, 우리는 ‘진료비 계산서·영수증’이라는 종이를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맨 아래에 있는 ‘환자부담 총액’만 확인하고 지갑을 열지만, 이 영수증이야말로 건강보험 급여 비급여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정보의 보고’입니다.
영수증의 구조 파악하기
진료비 영수증은 크게 ‘급여’ 부분과 ‘비급여’ 부분으로 나뉩니다.
‘급여’ 부분은 다시 ‘보험자(공단)부담금’과 ‘전액본인부담’, 그리고 ‘본인부담금’으로 세분화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실제로 내는 돈은 ‘전액본인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의 합계입니다.
‘비급여’ 부분은 ‘선택진료료'(현재 폐지)와 ‘선택진료료 이외’로 나뉘는데, ‘선택진료료 이외’ 항목에 적힌 금액 전체가 우리가 100%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진료비 총액입니다.
영수증 항목 | 의미 | 내가 내는 돈 (환자부담 총액) |
급여 > 보험자부담금 | 공단이 병원에 내주는 돈 | X |
급여 > 본인부담금 | 급여 항목 중 내가 내야 하는 돈 | O |
급여 > 전액본인부담금 | 급여 항목이지만 100% 내가 내야 하는 돈 (예: MRI 일부) | O |
비급여 > 선택진료료 이외 | 비급여 항목 전체 비용 | O |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의 역할
“비급여 항목이 이렇게 부담스러운데, 방법이 없을까요?” 바로 이 비급여 항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입하는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입니다.
실비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영역, 즉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보장해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보험 상품이에요.
따라서 내가 낸 병원비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하면, 약관에 따라 비급여 항목 금액의 상당 부분(보통 70~90%)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실비보험이라는 2중의 안전장치를 통해, 우리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Q&A)
제가 받은 비급여 진료가 적절했는지 확인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 ‘비급여 진료비 확인 요청’ 서비스를 통해, 내가 받은 비급여 진료가 정말 비급여 대상이 맞는지, 병원이 책정한 비용은 적절한 수준인지 등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부당하게 진료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 병원으로부터 차액을 환불받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비급여 항목에도 적용되나요?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데요, 연간 의료비가 일정 금액을 넘으면 초과분을 돌려주는 ‘본인부담상한제’는 오직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에만 적용됩니다. 비급여 항목은 아무리 많은 비용을 지출했더라도 본인부담상한제 계산에 포함되지 않아요. 따라서 비급여 비용이 높은 치료를 받을 때는, 이 제도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를 받기 전에 미리 설명을 들을 수 있나요?
네, 2021년부터 ‘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병원은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시행하기 전에, 해당 항목과 가격,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환자에게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설명 없이 진료 후에 비급여 비용을 청구했다면, 이는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 현명한 의료 소비의 시작
오늘은 병원에 갈 때마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던 건강보험 급여 비급여 차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복잡한 용어가 많았지만, 이제 병원비 영수증을 보시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이실 거라 믿습니다.
제가 직접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건강보험 제도는 ‘아는 만큼’ 누릴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권리라는 것입니다.
내가 받을 치료에 어떤 비급여 항목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영수증을 꼼꼼히 살펴 부당한 비용은 없는지 확인하는 작은 습관이, 우리 가정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