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 저는 서재 깊숙한 곳에서 낡은 서류 봉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주주명부’라는 낯선 제목의 서류와 함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은 중소기업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오래전, 지인의 부탁으로 투자를 하셨던 ‘비상장주식’이었습니다. 슬픔에 잠겨 있던 저에게 그 낡은 서류는 또 다른 거대한 현실의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상속’의 문제였죠. 저는 그 즉시 세무 상담을 받았고, 아파트나 예금처럼 가치가 명확한 재산과는 달리, 이 이름 모를 주식의 상속 절차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도대체 얼마의 가치로 평가하여 세금을 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비상장주식 상속세 문제였습니다. 제가 마주한 비상장주식 상속세의 세계는, 정해진 시장 가격이 없기에 법에서 정한 복잡한 공식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고, 그 평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저 같은 일반인에게는 너무나도 낯설고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때의 제가 겪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자 무거운 숙제였던 비상장주식을 상속받고,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처럼 언젠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 제가 직접 세무사와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며 알아낸 상속세의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상속의 첫걸음, ‘상속재산’ 파악하기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아버지가 남기신 모든 재산과 빚을 목록으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속세는 특정 재산 하나에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속재산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상속재산, 무엇이 포함될까?
- 본래의 상속재산: 부동산, 예금, 주식, 자동차 등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에 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던 모든 재산.
- 간주 상속재산: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해 받게 되는 사망보험금, 퇴직금 등.
- 추정 상속재산: 돌아가시기 1년 이내에 2억 원 이상,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 처분한 재산 중, 그 사용처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는 금액.
저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아버지의 모든 금융 거래 내역과 부동산, 자동차, 세금 체납 내역까지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었습니다.
상속재산의 종류와 평가 방법 (예금, 부동산, 그리고 비상장주식)
재산 종류 | 가치 평가 방법 | 제가 직접 평가하며 느낀 점 |
금융재산 (예금, 적금 등) | 상속 개시일(사망일) 현재의 예금 잔액 | 가장 평가가 명확하고 간단했습니다. 은행에서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됩니다. |
부동산 (아파트, 토지 등) | 상속 개시일 현재의 공시지가 또는 시가 (감정평가액, 유사매매사례가액 등) | 공시지가와 실제 시세의 차이가 컸기 때문에, 절세를 위해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할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
상장주식 | 상속 개시일 이전·이후 각 2개월(총 4개월) 동안의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 | 매일의 종가가 기록으로 남아있어, 계산은 복잡하지만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
비상장주식 |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 |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 정해진 시세가 없어, 법에서 정한 매우 복잡한 공식으로 가치를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
이 표를 정리하면서, 저는 왜 유독 비상장주식의 상속이 까다로운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모든 재산은 비교적 객관적인 ‘가격’이 존재했지만, 비상장주식만큼은 제가 직접 그 ‘가치’를 평가하고 증명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산, 비상장주식의 가치 평가
세법에서는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매우 구체적이고 복잡한 방법을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이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이라고 합니다.
평가의 두 가지 기둥: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
이 복잡한 평가 방법의 핵심은, 회사의 ‘미래 수익성(순손익가치)’과 ‘현재의 자산가치(순자산가치)’를 모두 고려하여 균형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비상장주식 가치 평가의 두 가지 기둥 (순손익가치 vs. 순자산가치)
평가 요소 | 핵심 개념 | 가치 평가의 초점 |
1주당 순손익가치 |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잘 벌 것인가?’ | 미래의 수익 창출 능력 |
1주당 순자산가치 | ‘이 회사가 지금 당장 망하면 얼마를 건질 수 있는가?’ | 현재의 자산 가치 (청산가치) |
세법은 이 두 가지 가치를 특정한 비율로 가중평균하여, 1주당 최종적인 상속 가치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반영하려는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최종 가치를 결정하는 계산 공식
원칙적으로 비상장주식 1주의 가치는 아래와 같은 복잡한 산식으로 계산되었습니다. ▶ 1주당 평가액 = (1주당 순손익가치 × 3) + (1주당 순자산가치 × 2) ÷ 5
세법상 비상장주식 가치평가(보충적 평가방법) 간편 계산 예시
단계 | 계산 과정 | 가상 수치 대입 예시 |
1단계: 1주당 순손익가치 계산 | 회사의 최근 3년간 주당 순이익을 가중평균하여 계산 | 10,000원으로 계산되었다고 가정 |
2단계: 1주당 순자산가치 계산 | 회사의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을 총 주식 수로 나누어 계산 | 5,000원으로 계산되었다고 가정 |
3단계: 최종 가치 산정 | [(10,000원 × 3) + (5,000원 × 2)] ÷ 5 | (30,000원 + 10,000원) ÷ 5 = 8,000원 |
이 표는 제가 세무사님과 상담하며 이해했던 내용을 단순화한 것입니다. 실제 계산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한 세부 규정들을 따라야 했지만, 이 기본 틀을 이해하고 나니 제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이 계산의 근거가 되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보하는 것이었죠. 이처럼 비상장주식 상속세는 정확한 가치 평가에서부터 시작되며, 이 과정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상속세 신고, 어떻게 해야 할까?
주식 가치 평가라는 가장 큰 산을 넘고 나니, 이제는 정해진 기한 내에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하는 절차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고 기한: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
상속세 신고는 생각보다 시간적 여유가 길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1월에 돌아가셨다면, 7월 31일까지는 모든 절차를 마치고 세무서에 신고해야만 했습니다.
비상장주식 상속세 신고 시 필요 서류 체크리스트
서류 종류 | 발급처 / 준비 방법 | 제가 준비하며 느꼈던 팁 |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서 | 국세청 홈택스 또는 세무서 비치 | 항목이 매우 복잡하여,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것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
사망자(피상속인) 관련 서류 | 주민센터 |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말소자등본 등 |
상속인 관련 서류 | 주민센터 | 상속인 각각의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
상속재산 증빙 서류 | 각 기관 | 부동산 등기부등본, 예금 잔고증명서 등 |
비상장주식 관련 서류 | 해당 회사, 세무대리인 | 주주명부, 법인 등기부등본, 최근 3년간 재무제표, 비상장주식 평가명세서 등 (가장 중요하고 준비하기 어려운 서류들) |
이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상속재산과는 달리 비상장주식은 준비해야 할 서류가 훨씬 더 전문적이고 방대했습니다. 특히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상장주식 평가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은 일반인이 혼자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상속세 절세를 위한 사전 전략 비교 (증여 vs. 상속)
구분 | 사전 증여 | 사후 상속 |
공제 한도 | 10년간 배우자 6억, 성인 자녀 5천만 원, 미성년 자녀 2천만 원 | 일괄공제 5억 원 + 배우자 공제 최소 5억 원 등 |
세율 | 10% ~ 50%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 | 10% ~ 50%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 |
장점 | 낮은 세율 구간을 활용하여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증여함으로써, 최종적인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음. | 공제 한도가 크고, 한 번에 모든 재산을 이전할 수 있음. |
단점 |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합산됨. 증여 시점마다 가치 평가 및 신고 필요. | 재산이 많을 경우, 높은 세율 구간이 적용되어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음. |
이 표는 제가 모든 절차를 마친 후, 미래를 위해 공부하며 정리한 내용입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건강하실 때, 미리 비상장주식의 일부를 저에게 증여해주셨더라면,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비상장주식 상속세 관련 자주 묻는 질문(Q&A)
제가 상속세를 준비하며, 세무사님께 가장 많이 여쭤봤던 질문들입니다.
Q1.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연락이 안 되고, 재무제표를 구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겪었던 가장 막막한 상황 중 하나였습니다. 이럴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국세청 홈택스의 ‘과세자료 제출’ 메뉴를 통해 해당 법인의 재무제표 제공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나 NICE평가정보와 같은 신용평가기관의 유료 서비스를 통해 기업 정보를 조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상속세 신고를 위임한 세무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회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세무사의 요청에는 회사도 비교적 성실하게 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Q2. 상속세가 수천만 원이 나왔는데, 당장 낼 현금이 부족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네, 방법이 있습니다. 상속세는 ‘분납’과 ‘연부연납’이라는 제도를 통해 나누어 낼 수 있습니다. 납부할 세액이 1천만 원을 초과하면 2개월에 걸쳐 나누어 내는 ‘분납’을 신청할 수 있고, 2천만 원을 초과하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장 10년에 걸쳐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금 대신 상속받은 비상장주식 자체로 세금을 내는 ‘물납’이라는 제도도 있지만,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현실적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Q3.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1년 전에 비상장주식을 제게 증여해주셨습니다. 이 경우에도 상속세에 포함되나요?
네, 안타깝게도 포함됩니다. 상속세법에서는, 피상속인(아버지)이 사망하기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모두 상속재산에 합산하여 상속세를 다시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망 직전에 재산을 미리 증여하여 상속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다만, 증여 당시에 이미 납부했던 증여세는, 최종적으로 계산된 상속세에서 공제해주므로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숙제를 마치며
길고 길었던 상속세 신고 절차를 모두 마치고 세무서로부터 ‘납세 고지서’를 받았을 때, 저는 비로소 아버지의 마지막 숙제를 모두 마쳤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은 저에게 세금의 무서움과 동시에,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나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비상장주식 상속세는 분명 어렵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이 문제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면, 더 이상 외면하지 마세요. 오늘 제가 알려드린 정보들을 바탕으로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만이, 슬픔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고인과 남은 가족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