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 어촌계 문제는 단순히 마을 사람들과의 친목을 넘어, 귀어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경제적·사회적 핵심 요소입니다. 어촌계는 ‘수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한 특수한 법인체이며, 대부분의 어촌에서는 마을 어업권, 공동 어장, 어장 시설물 등을 어촌계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합니다. 즉, 어촌계원이 되지 못하면 국가로부터 어업 면허를 받더라도, 실질적인 조업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공동 어장의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제가 주변에서 보고 들은 현실은, 어촌계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인력을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공동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신규 귀어인에게 매우 높은 진입 장벽을 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귀어 어촌계 가입을 위해 귀어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적인 문턱과, 그 문턱을 지혜롭게 넘을 수 있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깊이 있게 다루겠습니다.
어촌계 가입을 가로막는 3대 현실적 문턱
귀어 어촌계 가입 절차는 법적 요건 외에도 각 어촌계가 자체적으로 정한 정관(규약)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귀어를 준비하는 분들은 이 세 가지 문턱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1. 거액의 가입비와 출자금 부담
어촌계 가입 시에는 가입비 또는 출자금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 금액은 어촌계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매우 넓습니다.
- 배경: 이 자금은 어촌계가 수십 년간 공동으로 조성하고 관리해 온 어장이나 시설 등 공동 자산에 대한 귀어인의 지분을 인정하는 대가로 요구됩니다. 기존 어촌계원들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투자하고 일궈온 자산에 대해 외부인이 손쉽게 권리를 얻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은 가입비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대비: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 귀어인이라면, 가입비가 낮거나 없는 마을을 우선적으로 탐색해야 합니다. 가입비를 낮추거나 분할 납부를 허용하는 등 귀어인 유치에 적극적인 지자체나 어촌계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2. 엄격한 거주 기간 및 연고 제한
어촌계 규약 중에는 해당 마을에 최소 1년에서 5년 이상 거주해야 가입 자격이 부여된다는 내용이나,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는 세대주만을 인정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배경: 이는 신규 이주자가 단순 투기나 단기적인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방지하고, 귀어인이 마을 공동체에 진정으로 융화되어 살 의지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일종의 ‘숙려 기간’을 두는 것입니다.
- 대비: 거주 기간 동안에는 어업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어촌계원들의 조업에 ‘비공식적으로’ 참여하며 기술을 습득하거나, 어촌체험마을 운영, 수산물 가공 등 어촌 비즈니스 겸업을 통해 생활 자금을 확보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3. 최종 관문: 어촌계 총회의 ‘만장일치 또는 다수’ 승인
가장 넘기 어려운 문턱은 어촌계 총회의 가입 승인입니다. 서류상의 모든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어촌계 총회에서 가입이 부결되면 귀어인은 어촌계원이 될 수 없습니다.
- 배경: 어촌계는 사실상 폐쇄적인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기존 어촌계원들은 귀어인의 성실성, 공동체 융화 능력, 그리고 기존 어업 질서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 대비: 가입 신청 전부터 마을 행사나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낯선 외부인’이 아닌 ‘마을을 위해 기여하는 사람’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어촌계원 개개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겸손한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어촌계의 문턱을 넘는 5가지 실질적인 노하우
귀어 어촌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선배 귀어인들의 사례를 보면, 그들은 돈이나 기술보다는 **’관계와 신뢰’**에 집중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성공 노하우 | 실천 내용 | 핵심 얻게 되는 것 |
| 선(先) 봉사, 후(後) 조업 | 마을의 궂은일(청소, 제설, 경로 잔치 준비 등)에 조건 없이 솔선수범하여 참여 | 마을을 위한 기여도를 높여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습니다. |
| 기술보다 ‘노동력’ 제공 | 어촌계원의 조업에 무보수로 따라가 노동력을 제공하며 기술을 배운다 | 어업 기술과 노하우를 얻는 동시에, 성실성을 증명합니다. |
| ‘공동체의 이익’ 강조 | 귀어 후 개인의 이익보다, 젊은 노동력으로 어촌계 전체의 수익을 어떻게 높일지 비전을 제시 | 경계심을 풀고 귀어인을 자산으로 여기게 합니다. |
| 투명한 정보 공개 | 자신의 어업 계획, 창업 자금 출처, 가족의 상황 등을 투명하게 공유 | 불필요한 오해와 소문을 사전에 차단하고 신뢰를 구축합니다. |
| 갈등 발생 시 ‘존중’으로 대응 | 마을 규약이나 관행에 대한 불만이 생겨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연장자의 의견을 경청 |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
변화하는 시대, 어촌계 가입의 새로운 기회
최근 어촌 사회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귀어 어촌계 가입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 선도 어촌계 발굴 및 지원
해양수산부와 지자체는 귀어·귀촌인에게 개방적이고 정착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진 어촌계를 **’선도 어촌계’**로 선정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선도 어촌계들은 가입비를 축소하거나, 거주 기간 제한을 없애는 등 규약을 완화하고 있으니, 귀어 전 이러한 마을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2. 청년 귀어인 지원 강화
만 40세 미만의 청년 귀어인에게는 초기 정착을 돕기 위해 **월별 정착 지원금(청년 어촌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저금리 융자 지원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혜택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는 젊은 인력 유치를 통해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3. 어촌 정착 상담사 제도의 활용
귀어귀촌 종합센터에서는 ‘어촌 정착 상담사’를 통해 마을 주민과의 관계 형성 노하우, 어촌계 규약 분석, 갈등 해결 방안 등 실질적인 정착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창업 자금 심사 시 이 상담사의 컨설팅 이수 여부가 가점으로 인정되기도 하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귀어의 성공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귀어 어촌계 문제는 단순히 규약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수십 년간 형성된 공동체 문화 속으로 진입하려는 귀어인의 진정성과 헌신을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어촌계원들은 귀어인이 ‘어촌의 자산을 빼앗으러 온 외부인’이 아니라, ‘함께 바다를 지키고 공동의 이익을 키워나갈 동반자’임을 확신할 때 비로소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 성급하게 수익을 쫓기보다, 시간을 들여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귀어 성공의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