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프로게이머가 될래요.” 저희 아들이 어느 날 저녁 식탁에서 폭탄선언을 했을 때, 남편과 저는 밥을 먹다 말고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자신만의 꿈을 찾았다는 것이 대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밤새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게 과연 직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깊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부모님들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예전 저희 세대에게 ‘게임’은 그저 공부에 방해되는 ‘나쁜 놀이’였지만, 이제는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나,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게임 유튜버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직접 아이의 손을 잡고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가 보고, 현직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밤새워 모니터링하고, 관련 산업 보고서를 샅샅이 뒤져보며 알게 된 현실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화려한 성공 신화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재능, 그리고 좁디좁은 성공의 문을 뚫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게임만 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고, 제가 직접 부모의 마음으로 탐색하며 알게 된, 게임으로 돈벌기의 다양한 방법들과 그 냉정한 현실, 그리고 만약 우리 아이가 이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 부모로서 무엇을 도와주고 점검해야 하는지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최고의 스타, 프로게이머의 세계
‘게임으로 돈 버는’ 가장 화려하고 잘 알려진 방법은 단연 ‘프로게이머’일 것입니다.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억대 연봉과 광고 계약을 따내는 모습은 모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꿈이죠.
상위 1%를 위한 치열한 전쟁터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TV에 나오는 페이커(Faker) 선수와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은 그야말로 전체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상위 0.1%에 해당하는 극소수라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인기 게임의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 10대 초중반부터 재능을 보여야 하며, 하루 12시간 이상의 혹독한 연습량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연습생 기간을 거쳐 프로팀에 입단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이며, 입단 후에도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비로소 ‘프로’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짧은 전성기와 불안정한 미래
더 냉정한 현실은, 프로게이머의 전성기가 매우 짧다는 것입니다. 빠른 반사신경과 순간적인 판단력이 중요한 게임의 특성상, 대부분의 선수들은 20대 중반만 되어도 기량이 하락하며 은퇴를 고민하게 됩니다.
운동선수들처럼, 짧은 전성기 동안 벌어놓은 돈과 명성으로 은퇴 이후의 긴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매우 불안정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감독이나 코치, 해설가로 전향하는 것은 은퇴 선수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입니다.
항목 | 프로게이머의 현실 |
수입 구조 | 팀 연봉 + 대회 상금 + 광고/스트리밍 수입 |
장점 | 성공 시 높은 연봉과 명예, 재능을 직업으로 삼는 성취감 |
단점 | 극소수만 성공, 매우 짧은 직업 수명, 극심한 스트레스, 불안정한 미래 |
필요 역량 | 압도적인 게임 재능, 강인한 정신력, 끊임없는 노력, 팀워크 |
1인 미디어 시대의 총아, 게임 스트리머/유튜버
프로게이머가 되는 길이 너무나 험난하다 보니, 요즘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게임 스트리머’ 또는 ‘게임 유튜버’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즐겁게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송출하고, 시청자들의 후원과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죠.
게임 실력보다 중요한 ‘매력’과 ‘소통’
게임 스트리머의 세계는 프로게이머의 세계와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기본적인 게임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방송인’으로서의 매력과 꾸준한 ‘소통’ 능력입니다.
제가 여러 인기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보니, 단순히 게임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거나, 어려운 게임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거나, 혹은 시청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등 각자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초기 투자 비용
“카메라랑 마이크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방송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초기 장비 투자가 필요합니다.
게임을 구동하는 고사양의 컴퓨터와, 방송을 송출하는 별도의 컴퓨터(투컴), 선명한 목소리를 담아줄 고품질 마이크, 깨끗한 화질을 위한 조명과 카메라, 그리고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여러 대의 모니터까지. 제가 직접 견적을 내보니, 제대로 된 방송 환경을 갖추는 데에만 최소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의 초기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장비 종류 | 역할 및 중요도 | 예상 비용 |
게임용 PC | 고사양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 | 200만원 ~ 500만원+ |
송출용 PC (선택) | 방송 프로그램 실행 및 안정적인 송출 담당 | 100만원 ~ 200만원+ |
마이크 | 깨끗한 목소리 전달 | 10만원 ~ 50만원+ |
웹캠/카메라 | 방송인의 얼굴 및 표정 전달 | 10만원 ~ 100만원+ |
조명, 캡쳐보드 등 | 방송 품질 향상 | 50만원 ~ 150만원+ |
수익 창출의 다양한 방법들
스트리머의 수익 모델은 매우 다양합니다.
- 시청자 후원(도네이션):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에서 시청자들이 직접 돈을 후원하는 방식입니다.
- 구독료: 유튜브, 트위치 등에서 월 정액을 내는 ‘구독자’를 확보하여 고정적인 수익을 만듭니다.
- 광고 수익: 유튜브 영상에 붙는 광고나, 방송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습니다.
- 제휴/스폰서십: 특정 게임사나 장비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 방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수익은 ‘인기’, 즉 시청자 수와 팬덤의 규모에 따라 결정됩니다. 수많은 방송인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까지는,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몇 년간 꾸준히 방송을 해야 하는 기나긴 무명 시절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전통적인 방식, 아이템 현금 거래 (RMT)
‘게임으로 돈 벌기’의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MMORPG와 같은 게임에서 희귀한 아이템을 얻거나, 캐릭터의 레벨을 대신 올려주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는 ‘아이템 현금 거래(Real Money Trading)’입니다.
작업장과 법적 문제
과거에는 수십 대의 컴퓨터를 돌리며 조직적으로 아이템을 생산하는 ‘작업장’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일부 게임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고 불안정한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약관을 통해 아이템 현금 거래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적발될 경우, 애써 키운 캐릭터와 아이템이 모두 삭제되고 계정이 영구 정지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또한, 거래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더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신기술의 등장, P2E와 NFT 게임
최근 몇 년간 ‘Play to Earn(P2E)’, 즉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의 새로운 게임들이 등장했습니다. 게임을 통해 얻은 아이템이나 재화를 ‘대체 불가능 토큰(NFT)’이라는 암호화폐 기술로 만들어, 이를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높은 변동성과 위험성
매우 혁신적인 방식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매우 큽니다. 게임 재화의 가치가 암호화폐 시세와 연동되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그 가치가 몇십 분의 일 토막이 날 수도 있는 엄청난 변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 법적,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사기성 프로젝트나 해킹의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형태를 띤 ‘고위험 투자’에 가깝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법 | 수입 잠재력 | 필요 기술/재능 | 안정성/위험성 |
프로게이머 | 매우 높음 (상위 1%) | 압도적인 게임 재능, 피나는 노력 | 매우 낮음 / 매우 높음 |
게임 스트리머 | 높음 (인기 방송인) | 방송 진행 능력, 매력, 꾸준함 | 낮음 / 높음 |
아이템 현금 거래 | 중간 |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도, 많은 시간 투자 | 매우 낮음 / 매우 높음 (계정 정지, 사기 위험) |
P2E / NFT 게임 | 매우 높음 ~ 매우 낮음 | 암호화폐 시장 이해, 정보 분석 능력 | 극도로 낮음 / 극도로 높음 (투기성) |
게임 회사에 취업하기, 게임 테스터
만약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게임으로 돈벌기’를 생각한다면, 게임 회사에 직접 취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버그를 찾아내는 ‘게임 테스터(QA)’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도전해볼 만한 직업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과 테스트하는 것의 차이
하지만 게임 테스터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직업이 아닙니다. 똑같은 구간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해서 플레이하며 의도적으로 버그를 찾아내야 하는, 매우 꼼꼼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업무’입니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테스트를 진행하고, 발견된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개발팀에 전달하는 문서 작업 능력도 필수적입니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고도의 집중력과 성실함이 요구되는 직업이죠.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Q&A)
게임으로 번 돈도 세금을 내야 하나요?
네, 당연합니다. 프로게이머의 연봉이나 스트리머의 후원 수입, 그리고 아이템 판매로 얻은 소득 등은 모두 ‘사업소득’ 또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국세청에서 고소득 유튜버나 BJ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으므로, 발생한 소득은 반드시 정직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아이템 현금 거래는 불법인가요?
‘불법’과 ‘약관 위반’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있습니다. 아이템 현금 거래 자체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법률은 아직 미비하지만, 게임사의 약관에서는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계약 위반’ 행위입니다. 따라서 게임사는 약관에 따라 해당 유저의 계정을 정지시키거나 아이템을 회수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 피해에 대해서는 법적인 보호를 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가 게임에만 빠져있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무조건 막고 혼내는 것은 최악의 방법입니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그 게임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지 함께 대화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후, 오늘 제가 설명해 드린 것처럼,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함께 찾아보며 아이 스스로 현실을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 현명합니다.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전교 1등만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꿈과 현실의 균형 잡기
오늘은 게임으로 돈벌기라는, 많은 젊은이들의 꿈이자 부모님들의 걱정거리인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았습니다.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 숨겨진 치열한 노력과 불안정한 현실을 확인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이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내린 결론은,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약간의 운까지 따라주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매우 험난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이 길에 도전하겠다고 한다면, 막연한 환상이 아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 B’까지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것입니다. 게임은 훌륭한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즐기기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합니다.